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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담다.>
서로를 담다, mix media, 460.8cm X 110.8cm, 2014
아쉬운 헤어짐의 갈림길에서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가방에 서로를 담아간다. 남자의 가방에는 여자친구가 챙겨준 내일 아침 먹을 식빵, 동생과 함께 먹으라며 챙겨준 호두파이 두 조각, 그리고 혼자서는 잘 고르지 못할 남성용 폼 클렌저가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든든함과 안정감이라는 무게도 실려있다. 두꺼운 전공 책과 투자 입문서는 미래를 향한 보이지 않는 책임감을 가방에 더해 그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그리고 끝으로 오늘 그녀의 이미지를 담아간다. 오늘 그녀가 예뻣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반면 여자의 작은 핸드백 속에는 오늘 새로 발견한 레스토랑 쿠폰 한 장과 오늘 본 영화 표 두 장, 그리고 커피숍에 가서 받아온 열 번째 스탬프 잉크, 이것들로 인해 아주 미세하게 무게가 늘었다. 여기서 여자의 가방에는 단순히 종이 몇 장, 스탬프 잉크의 무게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레스토랑 쿠폰은 새 발견에 대한 기쁨과 다음 번에 또 가야겠다는 계획과 설렘이 담겨있고, 며칭 지나면 분명 버리게 될 영화관람권은 왠지 아까운 오늘의 추억이 담겨있다. 또한 쿠폰에 찍힌 잉크의 무게에는 '무료커피'의 기대감과 동시에 '그런 것은 아끼면서 왜 쇼핑은 줄이지 않느냐'라는 남자친구의 잔소리도 들어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후각을 통해 그의 향기를 담으면서 오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되새겨 본다.

이렇게 남녀는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가방에 서로를 담아간다. 남자는 현실을, 여자는 낭만을.









<가방 사용법>
가방 사용법, mix media, 120cm X 205cm, 2014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처럼 늘 같이 있는 사람은 나의 또 다른 가방이 된다. 그 가방은 허리를 감싸는 앙증맞은 힙색이 되기도 하고 무거운 짐이라도 거뜬히 들 수 있는 배낭이 되기도 한다. 때론 명품 부럽지 않은, 잇백이 되기도 한다. 그뿐아니라 가방은 소중한 개인의 소품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들어야함을 픽토그램으로 보여준다.







<가방 해부도>
가방 해부도, mix media, 90cm X 180cm, 2014
사람이 가방이 되다.

가방의 끈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어깨를 감싸 안은 두 팔을 연상케 하고, 무거운 여행가방의 바퀴는 인간의 다리를 연상시킨다. 또한, 물건을 담고자 할때 여닫는 인간의 입과 닮아있다. 심지어 대형 백팩에 부착되어있는 허리 스트랩 버클은 맞잡은 인간의 손과 닮아 가방을 맬 때면, 뒤에서 허리를 꼭 끌어안은 어린아이의 포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가방과 인간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닮아있다.

또한, 가방이 여러가지 물건을 담아 내듯, 사람도 수많은 기억과 감정을 담는다. '삐침'을 담기도 하고 엄마의 '뽀뽀'를 담기도 하며, 때로는 '눈물'을 담기도 한다. 가방안에 담긴 오브제에는 기억이 스며 있으며, 사람의 감성이 스며든 물건은 가방에 담긴다. 인간과 가방은 서로 담아내며 서로를 담는다. 그럼으로써 비로소 사람이 가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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